푸틴이 가스 밸브 잠그자…유로화 5년 만에 최저

입력 2022-04-28 17:30   수정 2022-04-29 01:17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들자 유럽연합(EU) 경제가 휘청했다. 유로화 가치는 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EU의 경제 대국인 독일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낮췄다. 미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늘리겠다며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EU 회원국들도 자구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섰다. EU는 다음주 6차 대(對)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7일(현지시간) 유로화 가치는 장중 유로당 1.051달러까지 밀렸다. 2017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이날 러시아가 EU 회원국인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충격이 반영됐다. EU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중 40%가 러시아산(우크라이나 사태 전 기준)이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EU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및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외환시장에서는 조만간 유로당 1달러 선이 깨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클리프턴 힐 미국 아카디안자산운용 매니저는 “연말에는 유로화 가치가 0.85~0.90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2%로 낮췄다. 산업 강국인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이날 EU 천연가스 시세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전장보다 24% 급등했다. 4.1% 오른 ㎿h당 107.43유로로 마감했다. 1년 전보다 5배나 뛰었다.

러시아가 불가리아, 폴란드뿐만 아니라 조만간 다른 EU 회원국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국가들 사이 단결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워낙 높다 보니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를 포함한 몇몇 기업은 러시아 루블화로 천연가스 대금을 결제하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루블로 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미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날 미국 에너지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 예정인 LNG의 수출을 허용했다. 수출 대상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EU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당장 수출이 가능한 상태는 아니라 사태 진화엔 한계가 있다.

EU 회원국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0으로 낮춘다는 계획 아래 미국, 중동, 노르웨이, 아프리카 등에서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있다.

EU는 다음주 6차 대러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러시아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데에는 6차 제재안의 강도를 낮추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올해 원유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7% 적은 하루 858만~950만 배럴로 예상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회계감사원장은 이날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8.8%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율이 20.7%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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